n번방 사건
2018년 말부터 2020년 3월까지 텔레그램 등 메신저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만들고 유료 대화방에서 퍼뜨린 디지털 성범죄 사건. 대학생 취재팀 '추적단 불꽃'과 언론 보도로 드러났고, 운영자들이 중형을 받았으며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만들어졌다.
시작~종료 2019년 2월 ~ 2021년 11월 11일마지막 수정 2026. 10. 15. 오후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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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을 비롯한 메신저 앱에서 피해자를 속이거나 개인정보를 빼내 협박한 뒤 성착취 영상을 찍게 하고, 이를 여러 대화방에서 돌려 보거나 돈을 받고 판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함께 이르는 말이다. '갓갓'이라는 대화명을 쓰던 문형욱이 '1번방'부터 '8번방'까지 여러 방을 만들어 성착취물을 올린 데서 'n번방'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후 조주빈('박사')이 운영한 '박사방'이 암호화폐로 입장료를 받는 방식으로 규모를 키웠다. 피해자에는 중학생 등 미성년자가 많이 포함되었다.
위키백과가 정리한 경찰 발표에 따르면 영상을 소지하거나 퍼뜨린 사람까지 포함한 가담자는 2020년 3월 기준 최소 6만 명으로 추산되었다. 시민단체 공동대책위원회는 2020년 2월 관련 대화방 60여 곳의 참여자를 단순 합산해 26만여 명으로 추정했지만, 경찰은 중복 계정을 감안하면 실제 이용자는 1만~3만 명 수준이라고 보았다. 피해자 수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는데, 코리아타임스는 조주빈이 미성년자를 포함한 피해자 74명을 협박했다고 전했다.
이 글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피해 내용의 세부를 다루지 않으며, 가해자 가운데 수사기관이 공식적으로 신상을 공개하고 유죄가 확정된 사람만 실명으로 적는다.
드러나기까지
2019년 초부터 텔레그램 비밀방에서 성착취물이 거래된다는 사실이 일부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조금씩 알려졌다. 2019년 3월에는 경북 지역 성폭력상담소를 통해 피해 신고가 들어가 경북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다.
결정적인 계기를 만든 것은 대학생 두 명으로 이뤄진 취재팀 '추적단 불꽃'이었다. 이들은 탐사보도 공모전을 준비하던 2019년 7월 텔레그램에서 성착취 영상이 공유되는 대화방을 발견하고 잠입 취재를 하면서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그해 9월 뉴스통신진흥회 탐사·심층 르포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고, 이들이 넘긴 자료를 바탕으로 강원지방경찰청이 수사에 나섰다. 두 사람은 뒤에 각각 박지현('불'), 원은지('단')라는 실명을 밝혔다.
언론에서는 2019년 8월 전자신문의 기획 보도가 먼저 나왔고, 한겨레 특별취재팀이 11월 25일부터 1면 연속 기획을 실으면서 사건이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위키백과는 2019년 12월까지 이 사건을 보도한 주요 언론사가 한겨레뿐이었다고 적는다. 국민일보도 'n번방 추적기' 연재로 공론화에 나섰다. 2019년 9월에는 n번방을 넘겨받거나 홍보한 운영자 2명이 구속되었다.
2020년 1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0만 명 동의를 얻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지만, 3월 3일 소위원회가 기존 법안을 일부 손보는 데 그쳐 '졸속 처리'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거와 신상공개
경찰은 2020년 3월 17일 '박사'로 활동한 조주빈과 공범들을 붙잡았다. 공범 가운데에는 구청·주민센터에서 일하며 피해자 개인정보를 빼낸 사회복무요원도 있었다. 3월 18일 올라온 '박사' 신상공개 요구 청와대 국민청원은 일주일 만에 257만 명 넘게 동의해 당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서울지방경찰청 신상공개심의위원회는 3월 24일 성폭력처벌법 제25조에 따라 조주빈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는데, 성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이 조항으로 공개한 첫 사례였다.
n번방을 처음 만든 '갓갓' 문형욱은 2020년 5월 경북지방경찰청에 붙잡혀 5월 12일 구속되었고, 다음 날 신상이 공개되었다. 이 밖에 박사방 공동 운영자 강훈('부따'), 현역 군인 신분이던 이원호('이기야') 등도 신상이 공개되었다. 경찰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2020년 12월 31일까지 약 9개월 동안 관련자 3,575명을 붙잡고 245명을 구속했다.
재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0년 11월 26일 조주빈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사방을 형법상 '범죄단체'로 인정했고, 조주빈은 이에 끝까지 불복했다. 범죄수익 은닉 사건으로 따로 받은 형과 병합된 항소심에서 형량은 징역 42년이 되었고, 대법원이 2021년 10월 14일 상고를 기각해 확정되었다. 조주빈은 이후에도 미성년자 대상 범죄로 추가 기소되었다.
문형욱은 2021년 4월 8일 대구지방법원에서 징역 34년과 전자발찌 부착 30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2021년 11월 11일 형이 확정되었다. 같은 날 강훈의 징역 15년도 확정되었으며, 이원호는 2021년 10월 14일 징역 12년이 확정되었다. 운영자뿐 아니라 유료 회원으로 대화방에 돈을 낸 사람들도 다수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제도 변화
사건은 디지털 성범죄 처벌 체계를 크게 바꿔 놓았다. 국회는 2020년 4월 29일 성폭력처벌법·형법 등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 불법 성적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하기만 해도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조항이 생겼다(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
- 성적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은 1년 이상, 이를 통한 강요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하는 제14조의3이 신설되었다.
- 형법을 고쳐 미성년자 의제강간 기준 나이를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가해자가 19세 이상인 경우)으로 높이고, 강간 등의 예비·음모를 처벌하도록 했다.
- 범죄수익 환수를 쉽게 하고, 성매매에 이용된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규정하도록 청소년성보호법도 고쳤다.
이어 2020년 5월 20일에는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일정 규모 이상의 인터넷 사업자에게 불법촬영물 유통을 막는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지웠다. 이 조항이 본격 적용된 2021년 12월 카카오톡 등에 불법촬영물 필터링이 도입되자 '사적 검열'이라는 비판과 헌법소원이 제기되었고, 정작 해외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밖에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장 수사 제도가 도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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