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사건
사건 · 사회·경제 · 1975년 7월 ~ 2025년 8월 5일 · 35.1520, 129.0040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 형제복지원이 내무부 훈령에 따라 '부랑인'으로 단속된 시민들을 강제 수용해 강제노역·폭행·가혹행위를 가하고 수백 명이 숨진 사건이다. 1987년 검찰 수사로 드러났으나 원장은 횡령죄로만 처벌됐고, 2022년 진실화해위가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를 인정한 뒤 국가배상 판결이 잇따랐다.
상세 타임라인
개요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산 북구 주례동(현 사상구)의 사회복지법인 형제복지원이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정부의 '부랑인' 단속 정책에 따라 경찰과 공무원이 넘긴 사람들을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폭행, 가혹행위를 가해 많은 사람이 숨진 사건이다. 수용자 가운데에는 어린이도 많았다. 1987년 1월 검찰 수사로 실상이 드러났지만 원장 박인근은 불법감금 혐의에서 무죄를 받고 횡령 등으로 징역 2년 6개월만 확정받았다. 30여 년 뒤 피해 생존자들의 문제 제기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22년 국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로 결론 내렸고, 법원도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배경
형제복지원은 1960년 7월 고아 시설로 출발해 부랑인 수용 시설로 바뀌었다. 1975년 7월 부산시와 부랑인 수용 위탁 계약을 맺었고, 같은 해 12월 15일 내무부 훈령 제410호(부랑인의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가 시행되면서 조직적인 단속과 수용이 본격화됐다. 이 훈령은 '부랑인'의 범위를 넓고 모호하게 정했고, 영장이나 법원 심사 없이 사람을 시설에 보낼 수 있게 했다. 1986년 수용자 3,975명 가운데 3,117명이 경찰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와 부산시는 시설에 상당한 보조금을 지급했다.
실상
진실화해위는 수용자들이 가족과 단절된 채 과밀한 시설에서 무임금 강제노역에 동원됐고, 폭행과 가혹행위, 성폭력이 광범위했으며, 아동 상당수가 의무교육에서 배제됐다고 확인했다. 사망자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치료가 없었고 사망진단서가 허위로 작성되거나 시신이 암매장되기도 했다. 정부가 시설 내부 사정을 알고도 1987년 검찰 수사 전까지 점검하거나 구제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일부 아동은 해외로 입양 보내졌다. 사망자 수는 1987년 당시 집계 513명(1975~1987년), 2014년 확인으로 551명이었고, 진실화해위는 1975~1988년 657명으로 집계했다.
사건의 발각과 재판
1986년 12월 부산지검 울산지청 김용원 검사가 울산 울주군의 산중 작업장에서 수용자들이 강제노역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해 수사에 나섰고, 1987년 1월 16일 작업장과 부산 본원을 압수수색했다. 원장 박인근 등 5명은 1월 19일 구속 기소됐다. 검찰 수사가 외압으로 축소됐다는 사실은 2018년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위원회 조사에서 확인됐다.
1987년 6월 23일 1심(부산지법 울산지원)은 박인근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약 6억 8,178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1987년 11월 2심(대구고법)은 징역 4년으로 낮췄고, 대법원은 1988년 3월 8일 불법감금 부분이 내무부 훈령에 따른 정당행위라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후 대구고법과 대법원을 오간 끝에 1989년 3월 15일 환송심이 횡령 등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고, 같은 해 7월 대법원(11일, 일부 자료는 13일)이 이를 확정했다. 폭행 치사나 사체 처리 등은 기소되지 않았다. 박인근은 2014년 다른 횡령 혐의로 다시 기소됐지만 치매로 재판이 중단됐고 2016년 사망했다.
진상 규명과 비상상고
2012년 피해 생존자 한종선이 국회 앞 1인 시위를 시작하면서 사건이 다시 알려졌다. 2014년 특별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고, 2018년 정부는 박인근의 국민훈장을 취소했다. 2018년 11월 20일 문무일 검찰총장은 무죄 판결의 근거였던 내무부 훈령이 위헌·위법하다며 대법원에 비상상고했고, 11월 27일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1년 3월 11일 비상상고를 기각했다.
2020년 5월 국회가 과거사정리법을 개정해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했고, 위원회는 2022년 8월 23일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중대한 인권침해'로 진실규명 결정했다. 신청인 한종선 외 190명이 피해자로 인정됐다. 권고 사항은 국가의 공식 사과, 피해 회복과 배상, 시설 운영자 측 재산을 통한 책임 분담, 실종자 확인, 트라우마 치유, 유엔 강제실종방지협약 비준 등이었다. 이후 2023~2025년에도 추가 신청인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이 이어졌다.
국가배상 판결
2023년 12월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는 피해자 26명이 낸 소송에서 국가가 145억 8,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로, 재판부는 내무부 훈령이 법률유보·명확성·과잉금지·적법절차·영장주의 원칙에 어긋나 위헌·무효라고 판단하고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 원을 기준으로 삼았다.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는 소멸시효를 적용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국가의 시효 주장도 배척했다. 2024년 1월에는 다른 재판부가 피해자 13명에게 45억 3,500만 원을 인정했고, 2024년 2월 7일 부산지법 민사11부는 피해자 70명이 낸 소송 7건에서 국가와 부산시가 함께 위자료 약 16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국가는 항소와 상고를 이어갔지만, 대법원은 2025년 3월 27일 피해자 13명 사건을 확정해 국가 책임을 인정한 첫 대법원 확정 판결이 됐다. 2025년 4월 2일 서울고법은 부산시의 공동 책임을 다시 인정했다. 법무부는 2025년 8월 5일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사건의 국가배상 소송에서 국가 상소를 일괄 취하하고 앞으로 1심 판결에도 원칙적으로 상소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피해자 652명이 낸 111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